▲ 홍명옥 인천성모병원 노조지부장이 무기한 단식농성을 알리며 발언하고 있다.
불통, 독선, 배제의 국가통치로 온 국민의 삶이 암흑 같은 벼랑으로 내몰리는 비통한 세월입니다. 여기에 위로와 안식을 얻어야 할 가톨릭 종교 앞에서 우리는 더더욱 내몰리고 버려지고 핍박받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천주교 인천교구의 ‘자비의 희년’*은 무엇입니까?
불의와 부당함을 호소하는 이들을 품어 안기는커녕 대화조차 거부하고 내치는 것이 자비입니까? 인천성모병원의 ‘그리스도의 사랑이 살아 숨 쉬는 병원’이라는 이념은 무엇입니까? 무분별한 돈벌이에 앞장서고 노동조합을 파괴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사랑입니까?
저는 오늘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합니다
천주교인천교구가 병원경영을 해 온 지난 10년은 우리 모두에게 진정 인천교구가 구현하는 가톨릭정신이 무엇인지를 묻게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모두에게 불행한 10년의 역사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인천성모병원 어디서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입니까?
누군가의 이익은 반드시 누군가의 손해와 대가를 동반합니다. 덕분에 직원ㄷ르의 처지는 그 어느 병원보다도 퍽퍽하고 숨 막히는 노동현실이 되었습니다. 해마다 주교님께서 선포하는 노동절 담화문**에 인천성모병원 노동자들의 권리와 노동의 가치는 어찌하여 배제되고 있는 것입니까? 주교님께서 노동조합은 정의와 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고 선언하신 노동절 담화문에도 어찌하여 인천성모병원 노동조합은 배제되어야 하는 것입니까? 주교님께서 노동조합은 정의와 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고 선언하신 노동절 담화무에도 어찌하여 인천성모병원 노동조합은 배제되어야 하는 것입니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말씀드립니다
돈 없고 힘없는 평범한 사람ㄷ르은 억울하고 부당해도 먹고 살아야하기 때문에 참고 견디며 일해야 합니다. 아픈 사람들은 병원비가 아무리 비싸도 몸을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의지해야 합니다. 바로 그렇게 일하는 노동자들과 그렇게 치료받는 환자들 위에 인천성모병원과 인천교구가 올라 앉아 있는 것입니다.
국제성모병원 허위환자 부당청구사건이 검찰의 축소, 은폐 수사로 부당청구가 무혐의 처리됐다고 병원은 연일 언론공세를 퍼붓습니다. 국제성모병원의 부당한 경영실태를 경찰에 제보한 경찰제보자는 어리석은 행동 때문에 공갈미수혐의로 고소당해 4개월 실형을 선고받았고, 병원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저와 노조를 그와 범죄를 공모한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하며 온갖 여론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인천교구 사제 전체가 모이는 사제총회 전날, 국제성모병원 명의의 검찰 무혐의 보도자료가 나오고, 인천교구 본당 전체 평신도회장과 보직자 수백 명이 모여 교육이 있는 전날 역시 제보자 4개월 실형선고 보도자료가 나오고, 검찰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검찰의 부당청구 무혐의 결과 예정 이야기가 이미 교구 내에서 나도는 이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합니까.
저는 이 투쟁을 하면서 거대한 벽을 마주하고 있음을 온 몸으로 느낍니다
그렇습니다. 저와 노조, 그리고 이 투쟁을 함께하는 모든 단위들은 한 움큼의 작은 권력도 힘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결코 우리가 외치는 진실까지 왜소하진 않습니다. 아무리 권력의 힘이 높다 해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습니다. 진실을 침몰시킬 순 없습니다.
국제성모병원의 환자유인알선, 진료기록부허위작성, 건강보험료 부당청구는 진료정상 따로 분리할 수 없는 한 코스의 패키지입니다. 국제성모병원이 저지른 이 사건은 부정할 수 없는 팩트입니다. 여기에 3년째 노조지부장을 중간관리를 동원해 집단 괴롭힘 한 사실 또한 엄연한 진실입니다.
무분별한 돈벌이경영, 노조파괴, 노동탄압, 인권유린에 이젠 진실마저 거짓으로 바꿔치기 되는 현실 앞에서 절망에 절망을 금할 수 없습니다. 위안과 위로를 얻어야 할 답동성당 앞에서 온 몸과 마음이 무너져 내림을 느낍니다.
저는 이번 사태의 진실을 무기한 단식으로 저항합니다
또한, 이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저의 온 몸으로 투쟁하겠습니다. 요즘은 단식이 너무 일상화되다시피 해서 대단한 투쟁도 아닌 시절입니다. 그러나 단식은 그야말로 몸을 포기하고 결단하는 투쟁입니다. 겉으로는 드러나 보이지 않지만 서서히 온 몸의 장기까지 손상을 일으키는 치명적이고 극단적인 투쟁입니다. 심각해지면 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야합니다. 단식투쟁하는 모든 사람들은 그런 목숨을 건 각오로 절규하며 투쟁하는 것입니다.
인천교구에 촉구합니다. 이제라도 대화에 나서 하루 속히 이 사태를 해결하십시오. 교황님께서 10년이나 앞당겨 선포하신 특별희년의 의미를 행동으로 실천해 주십시오. 주교님께서 선포하신 노동절담화문에 저희 인천성모병원 노동자들과 노동조합도 함께 담아 주십시오.
함께해야 할 성탄의 기쁨과 연말연시의 애틋함을 차가운 겨울바람에 내몰려 떨지 말게 해 주십시오. 대화로 대승적 사태해결에 나서 주십시오. 병원으로부터, 교구로부터 시작된 이 사태가 결자해지될 때가지 저는 단식을 중단하지 않을 것입니다. 조속한 사태해결을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감사합니다. 2015년 1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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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禧年)은 라틴어로는 ‘jubilaeum’ 영어로는 ‘(year of) jubilee’라고 하며 50년마다 돌아오는 거룩한 해를 일컫는 말이다. 유대인들은 7년마다 안식년을 지내면서 그해에 동족들의 빚을 탕감해 주고, 노예를 해방하고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를 일곱 번 곱하여, 49년이 지난 그 다음 해를 희년으로 삼았다. 희년은‘성년’(聖年)이라고도 하며, 언젠가 도래할 메시아 시대를 의미하기도 한다. (참고: 천주교용어자료집)
‘자비의 희년’은 지난 3월 13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포한 성년으로 기간은 ‘동정 마리아 대축일’인 12월 8일부터 내년 ‘그리스도 왕 대축일’인 11월 20일까지이다. (참고: '자비의 특별 희년' 세부사항 발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2015.05.14)
**노동자 주일 담화: 천주교 인천교구는 해마다 근로자의 날과 가까운 주일을 교구의 ‘노동자 주일’로 지내고 있으며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는 노동자 주일마다 담화를 발표해 왔다. 천주교 인천교구는 올해로 14회째인 노동자 주일을 맞아 1960년대 강화도에서 발생한 '강화 직물 노동자 사건'을 새롭게 조명하는 심포지엄을 열었다. '강화 직물 노동자 사건'은 한국교회가 노동자와 연대한 최초의 사건으로 당시 한국주교단이 노동문제에 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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